[기고] 형틀목공의 산재 이야기 - 조수린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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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순천독립신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91회 작성일 23-11-29 17:39본문
[기고] 형틀목공의 산재 이야기 - 조수린 노무사
- 기능사 자격 등 건설일용직 대표하는 전문직
- 업무강도가 높고 환경이 열악, 질병 산재 승인율 높은 편.
- 근골격계 질환부터 위암까지 인정된 사례 있어
형틀목공수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살면서 한 번쯤은 지나가면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았을 직업이다. 아파트, 건물 등 기초공사 후 건물을 짓기 위해서 형틀을 제작하고 설치하며 콘크리트 타설, 흙막이 공사 등을 수행한다. 이런 업무는 ‘노가다’라는 표현으로 불릴 때가 많은데 노가다의 뜻은 막일에 가깝다. 하지만 실제 수행하는 업무는 도면을 보고 작업을 수행하고 수평을 맞춰가며 설치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등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업무이다.
관련 자격증으로는 거푸집기능사가 있으며 건설일용 노동자 중 가장 흔한 형태이고 업무 강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노동조합에서는 형틀목공수들의 근로 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보통 8시에 근무를 시작하여 17시에 종료하고 10시, 15시에는 30분씩 휴게시간을 가진다.
형틀목공수는 일용근로자이기 때문에 고용보험 자격 이력 명세서에 일용근로 신고 이력을 확인하여 업무상 질병 산재를 진행하게 되는데 2004년 이전에는 건설 일용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니었어서 현금받고 근무한 경우 직력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2004년 이후에도 해당 관행이 지속되어 실제 근무한 경력보다 더 짧은 경력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근로자와 달리 일당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쉬지 않고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서류상으로만 내용을 확인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럴 때 직력을 보충하기 위하여 다양한 간접적인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모아야 하는데 예금거래내역서나 출력공수표(데쓰라)가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틀목공수는 업무강도가 높아 직력이 실제보다 적게 인정되어도 업무상 질병 산재 승인율은 높은 편이다. 근골격계는 물론 소음성 난청, 폐 질환, 심지어는 철거작업을 수행하였다면 위암까지 인정되기도 하였다. 작업내용을 살펴보면 거푸집, 파이프, 서포트, 오비끼, 합판, 투바이 등 하루에도 수십 장 많게는 수백 장씩 운반작업을 수행하며 일일 누적 중량물 취급은 공단에서 제시하는 기준인 250kg를 훨씬 상회하고 거푸집 설치 및 해체작업을 수행하면서 망치, 폼핀, 빠루를 이용하여 반복적인 전신 부담업무를 수행한다.
회전근개 파열, 경추추간판탈출증, 주관절 내(외)상과염, 수근관증후군, 요추간판탈출증, 요추협착증, 추간공탈출증, 무릎 반월상 연골파열, 원발성 무릎관절증 등 각 상병들이 부위는 달라도 신청할 때마다 평가점수가 높은 이유이다.
그뿐만 아니라 안전보건공단에서 게시한 건설업 직종별 노출 유해인자, 노출량, 노출분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유해인자별 응답 수준을 고려한 노출위험도(노출량 × 노출분율)가 높은 상위 직종 중 1위는 형틀목공이다. 건축현장 특성상 굴착기 소음, 동료 작업자들의 작업 소음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 외에도 소음성 난청으로 승인이 잘 나는 편이다.
사건을 수행하면서‘서울에 있는 코엑스, 지하철 2호선은 내가지었어’라고 설명해주신 분도 계셨고, ‘여수에서 순천 넘어가는 고속도로는 내가 만들었어’라고 이야기해주신 분도 계셨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건들을 전체적으로 살피던 중 승인 났던 재해자들의 대부분이 형틀목공수인 것을 깨닫고, 이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이번 기고글을 작성하게 되었다. 형틀목공수였고 업무를 수행하다가 불의의 재해를 입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산재신청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기를 희망한다.
조수린 노무사는 순천출생으로 순천여고와 중앙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후 노무법인 및 기업을 거쳐 최근 순천시에 산업재해,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을 전문으로 하는 노무사 사무소를 열었다.